매생이님, 안녕하세요🌿
새벽이생추어리의 2월은 그 어느 때보다 기쁨도 슬픔도 가득했던 한 달이었어요. 무사히 이사 모금을 오픈했고 많은 분이 힘을 보태주심에 기뻤으나, 아픈 새벽이에 대한 걱정과 이사 준비의 어려움으로 그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견뎌야만 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먼 훗날 나아진 세상에서 지금의 다사다난한 일상들을 안줏거리 삼아 얘기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럼 인사를 마치며, 2월의 생추어리 소식을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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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잔디의 달🌱
2월은 잔디의 생일과 생추어리 입주 기념일이 함께 있는 달이에요. 잔디는 구조 당시 2020년 2월생으로 추정되었으나, 태어난 날은 정확히 알 수 없었어요. 활동가들은 잔디의 생일을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으로 정했습니다.
올해 세 번째 생일을 맞은 잔디를 위해 새생이, 보듬이가 함께 단호박두부케이크를 만들어 선물했어요.🎂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주고, 새.보.매(새생이,보듬이,매생이)의 축하 메시지가 담긴 축하 편지도 읽어주었답니다. 잔디의 삶이 가능하게 연대해주시고 축하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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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읽어 주는 보리 보듬이 & 지푸라기 정리 중인 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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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가 아팠어요.😥💊
어느 날 아침, 새벽이가 몸을 심하게 떠는 모습을 보였어요. 오랜 기간 새벽이를 봐온 활동가도 새벽이가 그 정도로 떠는 모습은 처음 본다 하여 놀라고 걱정되었는데요. 병원에 구체적인 상태를 문의하고, 감기약을 복용하며 식사량도 늘려 평소보다 든든히 먹을 수 있도록 했어요. 지금도 날이 추운 아침엔 미세하게 몸을 떠는 모습을 가끔 보이긴 하지만, 다행히 밥도 물도 잘 먹고 응가도 건강해요. 그럼에도 날이 더 풀릴 때까지는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합니다.
“강한 추위가 지나가서 이제 좀 돌봄이 수월해지나 했더니 어제 새벽이가 많이 떨어 다시금 긴장하게 되었어요. 한파는 물러갔지만 여전히 추위는 남아있어요. 길었던 올겨울이 어서 끝났으면 좋겠네요.”(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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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어준 이불을 걸친 채 호박을 먹으러 나온 새벽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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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올랑 말랑🌼
입춘이 지나고 날이 풀리는가 싶더니 다시 땅이 얼고 바람이 차가워졌어요. 수도도 다시 얼어버려 물 사용도 조금 불편해졌답니다.😥 따스한 햇살 한줌이 여전히 소중한 요즘이에요.
“날이 많이 풀려서 새벽이와 잔디의 까매진 발과 코를 봐서 너무 좋았어요! 아직 얼어있는 부분이 있지만 우리가 다가오는 봄을 함께 기다리는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ㅎㅎ”(0217)
“새벽이 잔디가 머무는 땅의 변화를 보았어요. 연두색 풀도 보였고, 헤집어진 루팅*한 흔적이 이제 새벽이와 잔디가 추위에 덜 힘들 것 같아서 반가웠어요.”(0219)
*루팅(rooting): 돼지가 코로 흙을 파헤치는 자연스런 습성을 가리키는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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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듬이 공유회💕
한 달간 생추어리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함께 돌아보며, 돌봄 경험과 근황, 생각을 나누는 보듬이 공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정말 많은 보듬이가 참여한, 북적북적한 공유회였는데요. 😁 이번 공유회에서는 ‘비인간 동물과 동등한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이라는 큰 주제에 대해 각자의 고민과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었어요.
새벽이생추어리는 인간과 비인간이 맺고 있는 일방적이고 착취적인 관계의 대안을 추구하는 공간이 되고자 하는만큼, 새벽이와 잔디를 대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할 때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어떤 태도로 만나는 것이 필요할지 구성원들과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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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리셨을 이사 소식을 전합니다!📢📢
이사 모금함이 오픈했습니다! 인간이 지배한 지금의 사회에서 새벽이와 잔디는 그 어디에서도 안식할 수 없습니다. 동물해방의 터전이 새로이 조성되어, 새벽이와 잔디가 지금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세요! 새벽이생추어리 설립 이후 있을 가장 주요한 변화 중 하나인 만큼 많은 분의 연대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 2023 새벽이생추어리 이사 프로젝트 모금함 바로가기💙
*동물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생추어리 설계와 건축 작업에 도움을 주실 분을 모십니다. 건축 경험이 있고, 본 작업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 계신다면 하단의 공식 메일로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주변에 많은 홍보와 추천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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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새벽이를 마주하며 느낀 다양한 감정과 고민, 다짐이 담긴
영인 새생이의 돌봄 일지를 공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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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다른 모든 동물이 죽을 수 있듯이 새벽이도 죽을 수 있는 거지… 한파에도 떨지 않던 새벽이가 겨우 영하 1도의 날씨에 지푸라기 더미에 파묻혀 부르르 떨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단순히 감기에 걸렸겠거니 하는 추측에서 아니 어쩌면 심각한 병에 걸려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한 순간에 퍼져갔다. 새벽이가 아직 늙어 죽을 나이가 아님에도 언제든 새벽이의 죽음을 맞이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침밥 잘 먹고, 따뜻한 물도 잘 마신 뒤 어쩐지 평소보다 일찍 눕는다 싶어 새벽이를 가까이 보러 갔던 때였다. 새벽이는 바람막이도 찢어버리고 핫팩도 물어뜯으니 난방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지푸라기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너무 안일했나? 잔디가 추위를 피해 방 안에만 틀어박힌 동안에도 끄떡 없이 앞뜰을 돌아다니던 새벽이의 모습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새벽이가 얼마나 강하고, 동시에 얼마나 약한지 고민하는 것에 소홀했나? 그렇게 걱정은 한 순간에 자책으로 이어졌고… 나는 이것이 우리가 스스로를 질책할 일이 아니며, 새벽이와 나와 동료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늘 최선을 다해왔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떨고 있는 새벽이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지는 나 자신을 탓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새벽이가 인간이었다면 그냥 병원에 다녀오면 될 일인데… 언제나 공기처럼 기저에 깔려있기에 존재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일상적인 종차별의 실체를 이렇게 절절히 느끼게 되는 때가 가끔 있다. 늘 패배감을 안기며 찾아온다.
곧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그다음 곧바로 든 생각은 ‘이러다 새벽이가 죽으면 모두에게 뭐라고 말하지?’였기 때문이다. 새벽이를 지켜보는 눈이 몇인데, 어떻게 부고를 전할지가 걱정되는 것이었다. 새벽이를 새벽이 자체로써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새벽이가 아시아 최초로 공개 구조된 돼지이기 때문에, 새벽이를 보고 많은 인간 동물이 돼지라는 동물과의 관계를 다시 제대로 쌓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새벽이로 인해 수많은 인간 동물이 힘을 모아 한국 최초의 생추어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내가 새벽이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동물해방 운동에 새벽이가 ‘이용’되는 것 같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모른 척하고 싶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게 맞다. 내가 새벽이라면 어떨까. 종돈장에서 구조된 내 삶이 어쩌다 보니 비인간 동물들의 빼앗긴 삶을 대변하게 되어서 ‘꼭 살아야만 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람들이 나를 걱정하는 이유가 내가 상징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라면…
새벽이와 잔디에게서 볼 수 있는 다채로운 삶의 모습은 그 어떤 인간 동물권 활동가의 언어보다 강렬하기에 우리는 그들을 ‘누구보다 강력한 동물권 활동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새벽이가 활동가가 아닌, 그냥 돼지 새벽이로 살다 죽을 수 있는 세상이었다면… 빼앗긴 삶을 굳이 대변하지 않아도 되는 새벽이. 얼굴이 마스코트화 되어서 깃발에 인쇄되지 않아도 되는 새벽이. 모두의 관심을 받지 않고도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새벽이가 있었을 것이다. 동물해방이 이미 이루어진 세상이었다면 내가 영영 만나지 못했을 새벽이… 그런 세상이었다면 동물들이 고기가 되기 위해 강제로 출생 당하지 않았을 테다. 새벽이도 지금보다 야생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몸이었을 것이다. 한낱 나 따위가 그것을 막지 못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지긋지긋하고 무력했다. 덜덜 떠는 새벽이를 앞에 두고 당장 할 수 있는 건 지푸라기를 더 덮어주고 배를 따뜻하게 만져주는 것뿐이라고 느껴지는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순간에도 죽을 때까지 어떤 고통을 받을지도 모르는 채로 태어나는 수십억 명의 동물들의 존재가 갑자기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느껴졌다. 돈을 위해 그 동물들을 끝없이 태어나게 만드는 인간의 사회가 새삼스레 막막하게 느껴졌다.
의사 선생님께 카톡으로 새벽이의 영상을 보여드리며 조언을 얻어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았다. 더 추운 날을 위해 보관해둔 지푸라기를 꺼내 전부 새벽이에게 덮어주니, 새벽이가 새 지푸라기 냄새를 맡았는지 다시 일어섰다. 그 뒤로는 걱정이 무색하게도 떨지 않고 평소와 같이 걸어 다녔다.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일단은 괜찮아 보이고, 아침의 증상은 일시적일 수도 있고, 여러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밤에는 무모가 이불을 많이 덮어주고 왔는데 다행히 떨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아침을 계기로 더 이상 해이해지면 안 된다는 것을 되새긴다. 인간에 의해 개변된 몸을 가지고 태어난 새벽이는 웅장한 몸집이어도 사실 취약한 동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다짐한다. 새벽이가 늙어서 죽으면 좋겠다. 하지만 많이 병들지 않은 몸으로 살다가 가면 좋겠다. 이제는 이것이 욕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이에게 동물로서 연대한다는 것은 새벽이가 아플 때 오롯이 새벽이만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의 해방일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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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5일 밤🌙
발바닥 연고를 발라주러 새벽이에게 찾아간 영인 새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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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생추어리 뉴스레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어떤 점이 좋았고 아쉬웠는지 다양한 이야기를 보내주시면, 꼼꼼히 읽고 더 나은 뉴스레터를 만드는 데 활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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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가 새벽이답게, 잔디가 잔디답게
살아가는 생추어리의 일상과
새생이들의 진심을 가득 담은 이야기들을
모아 다음 달에도 돌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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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생추어리 dawnsanctuary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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