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체리씨) 비건 지향을 하고 사는 사람이에요. 제로웨이스트나 비건을 알게 된 건 2년 전인데요. 계속 비건을 실천해오다가 지금은 현생이 바빠 실천을 완벽히는 못 하고 있어요. 그래도 비건 지향을 하려 노력하면서 새벽이생추어리 매생이로 활동하고 있어요.
새벽이생추어리 후원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체리씨) 제로웨이스트, 비건에 관심이 생겨 검색해보다 관련 소모임 “청귤감귤살롱”을 알게 되어 가입하게 됐어요. 그게 아마 2021년 6~7월쯤인데, 같이 하는 모임원분을 통해 새벽이생추어리가 펀드레이징을 하고 있는걸 알게 되었고 일시 후원에 참여했어요.
🍒체리씨) 그때 제가 한창 동물권, 길고양이에 관심이 많은 시기였어요. 회사 근처에서 돌보던 한 명이 고양이별로 간 경험이 있어 안 좋은 마음이 있기도 했고 그러면서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도 기부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새벽이생추어리에도 관심을 갖게 되어 검색을 하다 기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티셔츠도 구매하며 그 뒤로 쭉 후원하고 있습니다.
🖤영인) 비건 모임에서 사람들을 알게 되고 길에 사는 고양이들과 연결된 경험이 새벽이생추어리 후원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에 영향을 줬던 거군요.
🍒체리씨) 네, 맞아요.
🖤영인) 말씀을 들어보니 새벽이생추어리 외에도 여러 단체에 후원과 연대를 많이 하시네요.
🍒체리씨) 솔직히 지갑 사정이 가벼워서 힘들 때도 있어요. 돈을 벌고 있는 입장이긴 하지만 소액이어도 제 지갑에서 나가는 거니 후원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다른 단체에 후원을 시작한 것도 새벽이생추어리에 후원을 시작한 것도, 스스로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었어요.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돈을 내는 것 자체가 마음이 쉽지는 않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 후원을 시작한 것 같아요.
🖤영인) 어디서 들은 말인데, 체리씨님이 기부하는 금액의 돈이 만약 길에 떨어져 있으면 주우실 거잖아요.(웃음) 소액이라고 말씀하시지만, 그 기준도 주관적인 것 같아요. 저희는 그런 작은 돈들이 모여 만들어진 단체라고 생각해요.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고 저희 매생이가 되는 많은 분이 체리씨님과 같은 2030 여성분들이세요. 그런데 그 나이대 여성분들이 경제적으로 여유롭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 분들의 한 땀 한 땀이 모인 단체라고 생각하면 저희는 그것이 작다는 생각이 안 들고 감사해요.
🍒체리씨)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어요. 물론 그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것이 되긴 하지만, “더 해야 하는데…” 하면서도, 막상 월급날 되고 통장이 정리되면 “아, 힘들구나.” 싶어지고 양가적인 감정이 들어요.
🖤영인) 그렇게 힘들어지는 순간이 있음에도 후원을 지속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체리씨) 연결감, 연대감이요. 제가 동물들보다 높다 낮다 말할 수는 없지만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더 편하게, 더 높은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맞잖아요. 동물도 그렇지만 장애인, 여성 등 다른 존재들을 놓고 살아갈 수 없고 우리는 같이 숨 쉬고 손을 맞잡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모두 같이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기에 외면하고 무시할 수 없어 연대를 이어가는 것 같아요.
🍒체리씨) 재작년에,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6개월 정도 공백기가 있었어요. 수입이 줄어들고 돈이 없어지니 ‘후원을 끊을까? 하지 말까?’ 생각을 한 적도 몇 번 있었어요. 그때는 만 원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하지..’ 마음의 갈등이 있다가도 뉴스레터랑 인스타그램 피드 올라온 걸 보면, ‘그래도 해야지.’ 생각이 들어요. 저는 만 원이 없어도 살 수 있고 안 먹고 참으면 되는 거지만, 제가 후원을 함으로써 새벽이와 잔디는 ‘맛있는 고구마라도 먹을텐데.’ 생각하면 끊을 수가 없는 거예요. 후원을 지속하는 이유는 아마 후원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연대감도 연대감이지만, 책임감도 좀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체리씨) 책임감이 누군가가 저에게 부여한 것은 아니고 저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다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니까요. 제가 조금이라도 보탰을 때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계속하는 것 같아요.
🖤영인) 새벽이생추어리에서는 비인간 동물이 해방된 세상에서 비로소 인간도 해방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거기에 동의 하는 분들이 후원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아요. 체리씨님 스스로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드는 데 후원으로 동참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드네요.
🍒체리씨) 네, 맞아요!
🖤영인) 아마 체리씨님이 지금까지 먹여주신 음식을 합해보면 꽤 되지 않을까요.(웃음)
🍒체리씨) 제가 고구마 한 대접은 주지 않았을까요?(웃음)
🖤영인) 그럼요, 그것보다 더 많이 주셨을 거예요.(웃음) 너무 공감이 가요. 만 원을 끊을까 말까 하는 자기 모습이 별로로 느껴지는 것조차 슬프잖아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만 원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큰 사람도 있는 것이고, 개인이 죄책감을 가질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는 돈이 부족해서 그런 마음을 가진다는 게 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절절한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는 줄 처음 알았어요!
🍒체리씨) 죄책감을 가질 문제가 아닌 걸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취업이 되기 전까진 정말 힘들었거든요. 영인 새생이님 말씀대로 스스로 죄책감을 가지는 것도 슬프고 이상하고 웃기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어쩔 수 없더라고요.
🖤영인) 언젠가는 그런 죄책감에서 해방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새벽이생추어리가 매생이들과 소통에 있어 잘하고 있는 부분, 아쉬운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체리씨) 가장 좋은 건 뉴스레터를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보내주시던가요?
🖤영인) 한 달에 한 번이요. 일주일에 한 번은 저희가 못해요!(웃음)
🍒체리씨) 매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웃음) 뉴스레터 보내주시는 게 가장 좋아요. 제가 보듬이나 새생이님들처럼 현장에서 뭔가를 하지는 않기 때문에 새벽이와 잔디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 어떤 일이 있어서 어디에 다녀왔다든지 알 수 있어서요. 특히 이번에 한파가 심했을 때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되었고 궁금했는데 보듬이, 새생이님들이 올려주시는 소식을 보면서 좀 안심되는 게 있었어요. 그리고 기부자 입장에서도 나의 돈이 어떻게 쓰이고 어디로 나가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더라도 내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점이 너무너무 좋고 감사해요.
🍒체리씨) “새생에 이런 일이” 제목도 재미있어요.(웃음) 그 제목이 너무 귀엽고 웃겨서 이런 제목을 지으신 것이 신박하다고 생각해요.
🖤영인) 감사합니다.(웃음) 아쉬운 부분도 있을까요?
🍒체리씨) 새벽이생추어리가 엄청나게 큰 단체는 아니잖아요. 작게 작게 운영해가는 단체라서 제가 잘한다 못한다 말씀드릴 수가 없고, 어찌 보면 되게 힘들게 “굴러간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느낌으로 운영되는 것이 눈에 보여요.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적은 인력으로 잘 운영되는 게 눈에 보인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 같아요. 개인적인 아쉬움으로는 저도 송년회 등 행사에도 가고 보듬이 활동도 해보고 싶은데 수도권에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가고 싶다고 속으로 생각만 하게 되는 아쉬움이 있죠.
🖤영인) 저희도 지금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지역에 사는 분들과 만날 기회가 적어 아쉬움이 커요.
새벽이생추어리는 체리씨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체리씨)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있다는 놀라움, 신기함이 있었어요. 외국에는 생추어리가 상당히 많다고 들었는데, 한국은 너무 육식주의 사회다 보니 놀라웠어요. “이런 데가 있었나?” 싶었고 이런 공간이 조금 더 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 말씀드리는 거지만 연결감, 연대감인 것 같아요. 여기서 기부를 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여기 말고 소들을 돌보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영인) 맞아요. 소 보금자리가 최근에 생겼어요.
🍒체리씨) 이런 곳이 좀 더 늘었으면 좋겠어요. 돼지, 소뿐만 아니라 닭 같은 다른 동물들도요. 계속 이런 곳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계속 후원을 하는 것 같아요.
새벽이생추어리를 후원하며 체리씨님의 삶에 변화가 있었을까요?
🍒체리씨) 비건이나 제로웨이스트 지향을 하기 전에는 고기를 먹는다던가, 우유를 마실 때 별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한 번이라도 더 동물들을 생각하게 되어요. 사람이라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고 죄책감이 들어서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동물권에 대한 생각들, 나보다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 동물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에 빚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 그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영인) 비건 모임에서 새벽이생추어리를 알게 되었고, 그 이후 후원을 하시면서 더욱 더 비건을 지향하게 되신거군요.
🍒체리씨) 네, 맞아요. 새벽이와 잔디가 루팅이라던가 무언가를 하며 늘 움직이고 있잖아요. 그런 걸 볼 때마다 ‘맞다, 이런 존재들이 내 근처에 있었지.’ 생각해요. 제가 일하는 회사만 해도 길고양이들이 많이 살고 있어요. 고양이들이 어제도 할퀴었는데, 가끔 속상할 때도 있지만 그 동물들이 여기에 오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니고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그렇게 된 걸 보면 ‘사람이 다 잘못했지.’ 생각도 들고요. 실제로 그중 한 명은 누군가 버리고 간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런 부채감이 마음 한구석에 계속 남아있는 것 같아요.
🖤영인) 인간종으로서 느끼는 죄책감, 책임감, 의무감에 공감이 가요. 한파가 심각했잖아요. 그때는 제가 따뜻한 곳에 들어가면, ‘나는 기름을 때고 보일러를 틀어서 따뜻한 곳에 있을 수 있는데 밖에 있는 강아지나 고양이들은 늘 추운 곳에 있어야 하는구나.’ 생각이 먼저 들었고 저도 인간으로서 죄책감이 컸어요.
매생이로서 앞으로 단체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체리씨) 지금 이대로만 해주셨으면 좋겠고 더 잘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서 생추어리가 아직은 정립된 개념이 아니잖아요.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아직 많고요. 더 많은 매체에서 다루고, 더 알려지고 더 많은 새생이, 보듬이, 매생이들이 함께 해서 잘되고 많이 커지기를 바라요. 저는 계속 매생이로 남아있을 거예요. 물론 벅차시겠지만, 언젠가 바라는 건 새벽이와 잔디 이외에도 조금 더 많은 돼지를 구조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영인) 자기 일처럼 말씀해주시니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마치며
💜무모) 오늘 체리씨님 만나 얘기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감사했어요. 연대의 마음을 굳건히 갖고 저희를 지켜보며 후원을 계속 해주시는 분이 있다는 게 너무 든든했어요. 온라인으로라도 만나뵐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체리씨) 항상 화이팅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