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네요. 생추어리에서도 여름은 흡혈곤충으로, 뙤약볕으로, 힘들어지는 노동으로 긴장되는 계절입니다. 이번 여름에는 새벽과 잔디 집 내부에 태양광 전기로 작동하는 선풍기를 달아 더위와 곤충으로 인한 어려움을 개선해볼 예정인데요, 효과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5월 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마지막에 아쉬운 소식을 전달드리게 되어, 꼭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
1. 잔디의 투병
💊아마 SNS를 통해 유박비료를 먹은 잔디의 투병 소식을 들으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투병의 자세한 내용을 잔디가 아팠던 날 아침부터 그믐달 현장에 있었던 새생이가 쓴 글이 월간비건 6월호에 실릴 예정이에요. 처음 보는 잔디의 기력 없는 모습에 아찔했던 잔디의 투병기, 글 일부를 공유해요.
관건은, 잔디와 함께 병원에 가는 일이었다. 잔디를 싣고 이사 온 대형 켄넬이 있었지만 많이 훼손되어 있었다. 그것에 잔디를 태우고 셋이서 힘을 합쳐 켄넬을 들어 차 앞으로 옮겼다. 높이 올려 차에 실으려고 하는 순간, 켄넬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쩍 벌어지면서 잔디만 켄넬에서 빠져나와 차에 실려버렸다. 그를 다시 켄넬에 실을 수가 없었다. 극도로 흥분한 잔디는 비명을 지르면서 차에서 뛰어내리려고 시도했다. 설사는 계속 흘러나왔다. 이대로 이동을 하기엔 잔디에게도 활동가에게도 위험했다. 뛰어내리는 잔디가 다치지 않도록 동료가 함께 떨어져 쿠션 역할을 했다. 뛰어내린 잔디는 아주 천천히 집으로 걸어 돌아가 누웠다. 이동 스트레스가 오히려 그를 더 지치게 할 것 같아 이동은 포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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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는 눈을 감고 일어나지 않았다. 몸을 떨기도 하고 흰자를 보이며 몸을 들썩이기도 했다. 언제나 힘이 들어가 단단했던 코가 마시멜로처럼 흐물거렸다. 숨을 쉬는지 계속 확인하게 됐다. 밤이 되어 도착하신 수의사님이 진통제를 놓고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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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마자 다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생추어리로 향했다. 마당에 나오지 않고 잠을 자는 잔디를 깨운 건 전날과 마찬가지였다. 잔디는 일어나더니 듣고 싶었던 목소리를 냈다. 물과 포카리스웨트를 섞어 주었더니 스스로 일어나 마시다가 그렇게 기다렸던 오줌을 쌌다. 이어서 싼 똥도 설사가 아닌 덩어리진 형태였다. 잔디는 하루 앓더니 스스로 해독을 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유박비료를 먹은 지 셋째 날이었던 그날까지, 잔디는 오래 누워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 넷째 날, 아침밥 그릇을 챙겨 문을 여니 잔디가 일찌감치 나와 마당에서 밥을 기다리며 서성이고 있었다. 그는 빠르게 회복해갔다. 회복‘되어’ 갔다기보다 적극적으로 회복을 ‘해’ 갔다.
🐖돼지를 돌볼 줄만 알지, 돼지에 대한 수의학적인 치료는 할 수 없는 새생이들은 잔디가 아팠던 며칠 동안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구하고 받았어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것처럼, 생추어리도 동물들이 잘 살아가려면 많은 몸과 마음이 내어져야 하는 것 같아요. 오픈 생추어리 프로젝트(https://opensanctuary.org/)에서는 생추어리마다 생추어리 거주동물의 건강에 염려할만한 점이 생겼을 때 문의할 수 있는 전담 수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요.
2. 사과 농장 일손 돕기!(feat. 자연애플농장🍎)
생추어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 당시 활동가가 마르쉐 장터에서 자연애플농장의 마용운 농부님을 만났어요. 농부님은 새벽과 잔디가 먹을 사과를 후원해주셨고, 당시 식단에 있었던 사과를 후원받은 사과로 마련할 수 있었어요. 감사의 마음으로 2021년 매해 일손 돕기를 가게 되었고, 이사 후 미뤄지다가 이번 5월에 오랜만에 방문하였습니다.
생추어리 활동을 하면서 참 좋은 점은 이상한(?) 호의를 목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도저히 세상의 이해타산을 따져서는 맞지 않는 호의들. 미련하다고 불리는 활동을 함께 믿으며 미련하게 베푸는 사람들. 농부님과 대화를 나누며 언급된 옛 새생이들도, 모두 돈도 스펙도 안 될 활동이지만 생명을 살리는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조정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과 관계 맺고 행동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은 씨앗을 남기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합니다.🌱
3. 뉴스레터는 잠시 안녕!🤝
2021년 5월에 새벽이생추어리에서는 첫 뉴스레터를 발행했는데요, 뉴스레터를 쓰는 담당자는 계속해서 바뀌었지만 4년 동안 꾸준히 이어져 온 새벽이생추어리의 한 획이었던 것 같아요. 이러한 뉴스레터의 잠정 중단 소식을 알립니다.
차 없이 접근이 어려운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기존처럼 보듬이분들과 돌봄을 나눠 맡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현재 활동가들이 생계활동을 병행하기 위해 100% 활동에만 매진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외부 활동을 조금은 내려놓고 돌봄이 주가 되도록 일들을 과감히 줄여 다시금 초기와 같이 운영 업무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시기예요.
뉴스레터를 통해 멀리서 응원해주시는 매생이님들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해요. 가끔 답장을 보내주시는 것들도 잘 읽고 있었어요. 직접 깊이 연루되어 있으면서도 때때로 미련하게 느껴지고 절망적인 생추어리 활동 속에서 외부의 피드백들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아실까요?
이 글을 쓰는 저는 2024년 3월부터 이어받아 일 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뉴스레터를 써 온 시옷이에요. 뉴스레터를 처음 썼을 때는 한 달 동안 생추어리의 일들을 설명드린다는 느낌이 컸는데, 점점 대나무숲처럼 하소연을 하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했던 것 같아요. 모르겠는 것은 모르겠다, 힘든 것은 힘들다, 부정의 감정도 긍정의 감정도 글로 적으면서 소화하고 이겨내고자 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매달 들어가는 글에 한 달이 끝났다고 말하며 잘 지내셨는지 안부를 물어보면서, 제 한 달도 돌아보고 스스로의 안부도 같이 살피게 되었어요. 구독자분들께 소식을 전하는 것에 더해 참 고마운 뉴스레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