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다가 갑자기 매서운 추위와 함께 눈이 오고. 어떤 일들은 기쁨을 안겨줬지만 어떤 일들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알려주고. 날씨도 마음도 오르락내리락했던 4월도 마무리되었네요. 매생이, 보듬이, (열매)새생이, 그리고 그 외 구독자분들, 우리가 만나본 적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겠지만 막연한 그리움을 느껴요. 어떻게 지내시나요? 아침에 봄의 소리를 들으며 편지를 씁니다. 4월 새벽이생추어리의 소식을 전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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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장식 감금 축산에서 더 나아간 자동화 감금 축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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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활발히 스마트 축산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의미가 담긴 ‘스마트’는 사실상 공장식 축산에 기계화와 AI기술을 적용하여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자동화’한다는 의미입니다. 근래 큰 이슈가 되었던 것이 김태흠 도지사의 ‘돼지빌딩’을 착안하겠다는 발언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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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에서 사용되는 기술은 저항을 무력화하여 마찰이 없고 평화롭다는 인식 효과를 만들어 폭력의 수혜자를 자발적인 참여자로 구성한다.(<동물과 자본>, 2023, 디네쉬 조셉 와디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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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진행된 충남도 AI 돼지빌딩 계획 전면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새벽이생추어리의 단체 입장문을 일부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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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은 죽이는 일입니다. 죽이는 일은 자유를 갈망하고, 절박하고, 경시되는, 삶을 끊어내고 몸을 조각내는 일입니다. 죽음으로 몰리는 존재는 절망스럽고, 피가 튀고 비명이 터져나옵니다. 주변 환경에는 감금된 몸의 냄새와 분뇨가 방출되어야만 하는 상황이 이 산업의 본질입니다.
(중략)
고기를 목적으로 태어났던 새벽, 실험 목적으로 태어났던 잔디의 삶을 지켜보고 돌봄으로 연대하며, 그들의 삶으로부터 인간이 무엇을 강제로 빼앗아왔는지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동일한 시간 속에서 새벽, 잔디 그리고 모든 돼지들이 살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존재가 지닌 삶이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중략)
누군가의 삶을 빼앗아야만 구동되는 산업이라면, 삶을 빼앗지 않는 선택지가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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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간비건 5월호의 주제는 ‘감금 돌봄과 비감금 돌봄’이었습니다. 생추어리에는 종에 의해 차별 받는 동물들이 거주하기 때문에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조금이나마 더 보장하기 위해 감금 돌봄을 주로 합니다. 자유와 안전 사이에서 항상 갈등하는 요양원 노인 돌봄 시설인 ‘요리아이’의 이야기가 비감금 돌봄을 상상하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돌보는 사람이 점점 사라지는 돌봄, 점점 멀어지는 돌봄이 좋은 돌봄이 아닐지 상상하며 적은 월간비건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막상 ‘돼지의 자유’를 구체적으로 적어두고 보니, 소설 같기도 합니다. 많은 소설이 그랬듯, 세상이 변화하며 현실이 되어 이 글이 평범한 일지로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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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추어리 마당은 텅 비어 있다. 새벽도 아침 일찍 나갔나. 아니면, 어젯밤에도 뒤쪽 풀숲에서 잠을 잤을지도 모른다. 들고 온 물통을 옮기고 아침을 준비한다. 온 산을 돌아다니며 풀이며 뿌리를 잔뜩 먹었을 테니, 곡물을 그릇에 붓는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지, 새벽도 잔디도 돌아올 생각을 안 한다. 밥그릇을 들고 새벽을 찾으러 나갔다. 바스락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뒤이어 바스락 소리가 여럿 이어진다. 새벽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아마도 멧돼지 가족이었을 것이다. 산 곳곳에 멧돼지의 흔적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처음엔 놀랐으나, 이내 덤덤해졌다. 멀리서 마주친 적도 있었다. 잔디도, 새벽도 마주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종종 새벽의 피부에 있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나무나 돌에 긁힌 것인지, 그러한 만남의 흔적들인지는 모르겠다. 산에서 어떤 이들과 마주치고, 어떤 반응을 했는지, 어떤 위험에 처했었는지. 새벽의 하루 중 관찰되지 않는 것들이 늘어갔다.
대나무가 무성한 구역으로 걸어가자, 멀리서도 대나무 잎이 마구 흔들리는 게 보인다. 억센 대나무 줄기를 새벽이 뜯고 있었다. "새벽-" 그를 부르자 작게 걸걸 소리를 내지만, 전처럼 내가 겁을 먹을 만큼 돌진해 오지 않는다. 인간이 챙겨주는 곡물 한 줌은 새벽에게 사소한 것이 되었다. 그게 좋았다. 내가 들고 있는 밥그릇이 새벽의 하루의 기쁨이 아니길 바랐다.
새벽의 밥을 챙겨주는 부담은 줄어들었지만, 새벽이 이웃 사람의 밭에 들어가 루팅을 하거나 열매를 전부 따먹은 날에는 뒷수습을 하느라 바빴다.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이웃 주민이었다. 밭을 망쳐 놓았다는 전화일까 조금 조마조마했다. 좋아하는 풀을 찾아 걷고 또 걷던 잔디가 너무 멀리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혹시나 우리가 찾을까 연락을 해주었다고. 아침밥도 안 먹고 내려간 잔디는 풀 삼매경에 빠진 것 같았다. 배가 고파지면 올라오겠지 싶다. 아니면, 아까 만난 개들이 있던 곳에서 낮잠을 잘지도 모르겠다.
풀을 뜯으러 산을 돌아다니다 새벽이 산에서 낮잠 자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자는 동안 온갖 곤충들에게 뜯길 것 같아서 경악했지만 평온해 보여서 그냥 두었다. 우리가 새벽의 삶에서 점점 더 불필요한 존재가 되어감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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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쨍한 햇빛에 그믐달 땅에는 다시 가림막이 돌아왔어요. 잔디와 새벽 집 앞 너른 천을 달아 그늘막을 만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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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는 작년에 설치한 방식으로 집에 달린 고리와 집 울타리에 묶어 완성했어요. 새벽 마당은 훨씬 폭이 큰데 그만한 천이 없기 때문에 집 앞에 기둥을 네 개 박아 천을 달아 만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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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피부가 간지러울 때 기둥에 몸을 긁을 때마다 약간씩 기둥이 기울어지는 것을 보았어요. 반질반질 매끄러운 기둥인 만큼 몸 긁개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관심을 안 보인다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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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과 잔디는 하루 두 번 밥을 먹습니다. 돼지라는 존재가 무엇을 먹는지 잘 알려진 바가 없기에 그들은 무얼 먹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아침밥과 저녁밥은 밥을 준비하는 사람의 시간 여유에 따라 서로 순서가 바뀌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고 바뀌어 온 식단이라 현재는 철에 따라 몇 가지 재료가 유동적일 뿐 정착된 식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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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잔디의 아침밥은 곡식과 채소, 그리고 물로 구성되어요. 곡식으로는 보리, 현미, 서리태를 일정량 준비하고, 채소로는 고구마, 비트를 잘게 썰어 준비합니다. 곡식은 하룻밤 물에 불려 다음 날 아침 그릇에 넣어 주고, 고구마와 비트는 마당을 탐색하며 찾아먹도록 마당에 흩뿌려 줘요.
여기까지 식사를 챙겨주었다면 물을 챙겨줍니다. 과거에 맹물을 줬을 때 물 섭취량이 염려되었던 상황이 있어서 그 이후로 물에 미숫가루처럼 미강을 타서 줍니다. 영양가도 있고, 기호에 맞는지 잘 마셔요. 새벽은 한 끼에 10L짜리 물뿌리개 2번의 미강물을 먹고, 잔디는 커피포트로 끓인 뜨거운 물과 미지근한 물을 섞은 따뜻한 미강물을 3~3.5L 정도의 양동이에 담아 먹어요(잔디는 이 중 반은 흘리는 것 같기도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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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사람에게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이후 잎채소를 뜯어 간식으로 주기도 합니다. 여기까지가 아침밥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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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은 혹시나 아침 식단에 비어있을 영양을 잡아주기 위해 시판 사료를 먹고 있어요. 새벽 잔디의 저녁밥은 사료와 호박, 잎채소와 물로 구성되어요. 사료와 함께 늙은 호박을 잘라 마당에 뿌려 줍니다. 매 끼니 관절을 위한 들깨도 식사 위에 뿌려주어요. 물은 아침밥과 동일하게 미강물을 만들어 먹습니다. 그 후에는 시장에서 구매한 잎채소를 먹거나 주변 풀을 뜯어 간식으로 먹습니다. 산책을 다니는 잔디는 자신 몫의 풀을 직접 먹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지만 새벽은 그러지 못하기에 새벽 몫의 풀은 사람이 뜯어 준비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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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을 뜯는 잔디 근처에서 새벽이 먹을 풀을 구하다 보면 땅은 돼지도, 사람도, 그 어떤 종도 차별하지 않고 먹인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생명이 숨을 유지하기 위해 땅에 의존하여, 흙에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지만 사람에게 흙은 더러운 ‘지지’ 취급을 받는 것이 정말 기이하게 다가오기도 하고요. 아무튼, 이런 저런 생각과 함께 뜯어낸 풀 간식을 먹으며 저녁밥도 마무리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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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가 새벽이답게, 잔디가 잔디답게
살아가는 생추어리의 일상과
새생이들의 진심을 가득 담은 이야기들을
모아 다음 달에도 돌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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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생추어리 dawnsanctuary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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