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생이님. 흐리다가 쨍하기를 반복하는 요즘이에요. 내일은 비가 많이 온다고 해요.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날씨 탓에 우산을 챙길까 말까 고민하며 외출하죠. 매생이님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너무 바빠 고민할 시간도 없으려나요? 🥲
새벽이생추어리의 소식을 받을 때 만큼은 여기에 몰입하며 쉬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함께 돌봄을 하고 새벽이와 만난다는 마음으로 읽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 메일부터는 새생이들의 돌봄일지를 같이 보내려고 해요. 더 생생한 생추어리 풍경 전하기 위해 노력할게요! 🎁
1. 쌀겨나 타서 줘
새벽이가 이제 삶은 물은 먹으려 하지도 않더라고요. 엎지도 않고 '쌀겨나 타서 줘' 느낌으로 기다리고 있어서 쌀겨를 타주었습니다.
2. 잔디 이불을 조심!
꼬꼬하우스 안 냉장고 위에 이불을 널어두지 않기로 했어요. 냉장고 환풍기를 막아 불이 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볕 좋을 때 밖에 널어두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잔디도 더 보송보송한 이불을 좋아할 것 같아요.
3. 밤 사이에 침입한 흔적
새생이가 꼬꼬하우스로 들어가며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했어요. 닭이 다 모여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요. 잔디를 확인했더니 잔디는 집안에 있었는데 귀에 피가 맺힌 긁힌듯한 상처가 있었어요. 왼쪽 몸통에도 긁힌 자국이 있었어요. 꼬꼬하우스 뒷문 쪽에 비닐하우스가 뜯긴 자국이 있고 뒤쪽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니 흰 꼬꼬의 털만 있었어요. 구멍난 곳은 판자로 막았어요. 잔디가 타깃은 아니고 꼬꼬들이 타깃인 것 같았지만, 잔디가 밖에 있으면 많이 무서워해 이리저리 몸을 뒤틀다 긁힌 것 같아서 수리한 꼬꼬하우스 안에 들여놓자는 논의가 나왔어요. (0522, 양송, 아침돌봄)
4. 잔디를 다시 꼬꼬하우스로
최근 누군가 침입한 흔적 때문에 불안해서 잔디를 낮에는 새벽이 집안으로 들이고 밤에는 꼬꼬하우스에서 자게 하자고 했습니다. (0523, 보리, 저녁돌봄)
5. 잔디의 밥그릇 구덩이
비가 계속 내려 밥그릇 구덩이에 빗물이나 음식물이 함께 고여요. 바가지로 물을 퍼내고 마른 뒤에 흙으로 덮어야할 것 같아요. 뒤뜰 방향 조금 높은 땅에 새로 얕게 판 구덩이가 있는데 거기에 잔디 밥을 주고 있어요. (0521, 무모, 아침돌봄)
👀 새벽이답게, 잔디답게
잔디가 꼬꼬하우스에 가면 가장 위험한 건 꼬꼬들 밥이에요. 적당히를 모르고 마구 먹어 버려서 그 날의 식단은 조절하기 힘들어지죠. 하지만 꼬꼬밥이 맛있는지 잔디는 꼬꼬하우스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앞뜰 산책도 좋지만 꼬꼬하우스의 아늑함도 좋아하나봐요.
새벽이는 앞뜰을 좋아해 산책 시간이 되면 앞뜰로 나가는 문 앞에 앉아 있거나 문쪽으로 달려가요. 문을 열어주면 힘차게 뛰어나간답니다! 어딘가 느긋한 새벽이의 안정적인 모습과 부지런히 음식을 재촉하는 잔디의 모습이 다른 것 같아요.
🏷 돌봄일지 중
양송: 요즘 새벽이와 잔디 사진을 자꾸 보게된다. 내가 적은 새생일지를 계속 읽어보며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관계를 쌓아간다는 건 이런거구나.
처음엔 그냥 일이었다. 구성원으로서 해야하는 일. 안하면 눈치보이는 일. 눈치를 보면서도 돌봄에 안 가고 싶었다. 자신이 없기도 했고. 혼자서 가면 정신 없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빨리 끝내고 집에 오고 싶었다. 메뉴얼대로 정해진 일을 하며 일을 빨리 끝내고 돌아가야지 생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때 새벽이와 잔디의 눈을 보지 않았구나 싶다. 눈을 보지 않았으니 신호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행동을 하면 당황하기만 했다. 그런 일이 있으면 '아 새벽이/잔디와 친해지긴 글렀구나' 싶었다. 새벽이와 잔디도 내가 아닌 밥그릇과 음식만 쳐다보았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새벽이와 잔디의 눈을 보게 된 것같다. 이제는 새벽이와 잔디의 얼굴을 보면 가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언제 줘? 빨리줘! 먹여줘. 이거 아니야. 그거 내꺼아니야? 내꺼지?!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아서 가끔은 웃음이나고, 이상하게 울컥하기도 한다.
제대로 된 돌봄을 하기도 전에(모든 새생이가 돌봄에 투입되기도 전에) 내가 돌봄에 가기 힘들다고 한 것을 지영이 기억하고 얼마 전 나에게 물어보았다. 요즘 자주 오는 것 같은데 힘들지 않냐고. 전에 힘들다고 해서 걱정이 된다고. 체력적으로는 여전히 힘들다. 그러나 새생에 가는 마음이 어느새 조금씩 달라졌음을 느낀다. 돌보러가는 '일'이아니라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 같다. 일주일에 하루, 새생에 가기 전에 새생이들이 적어준 새생일지를 읽어보며 만남을 기다리는 어린왕자 속 여우가 된 느낌이다. 오늘은 잔디가 얼마나 오래 음식을 먹을까? 어제 이 음식을 남겼다고 하는데, 오늘은 잘 먹으려나? 안 먹는 음식을 먹게하려면 어떻게해야하지? 등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새벽이와 잔디도 이제는 밥그릇이나 음식이 아니라 내 눈을 보는 것 같은 건 내 착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