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의 돌봄일지 새벽이와 함께 하면서 마주치는 종차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의료시스템 같이 생명유지와 건강에 직결되는 분야에서 차별당함을 느낄 땐 비참한 기분이 든다. 일단 거의 모든 동물병원은 소동물인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진료한다. 소, 돼지와 같은 대동물을 진료할 수 있는 수의사는 드문데다가 그들은 '축산업'과 결부되어 동물이 죽임 당할 때까지만 건강을 살필 수 있을 뿐이다. 불법적인 존재 새벽이가 맘 편히 전문적인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 최근엔 약과 관련하여 두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다. 어느 날 새벽이 눈 주위가 상처 난 것처럼 붉어져서 걱정되는 마음에 사진을 찍어 동물병원에 문의를 했다. 생리식염수로 씻어내고 안약을 넣어주면 호전될 수 있다는 답변이 왔다. 생리식염수는 구비해둔 것이 있었지만, 안약을 무슨 안약을 써야 할지 몰랐다. 사람 안약을 쓰면 되나? 비인간동물용 안약을 써야 하나? 동물병원에서는 항생제 안약을 쓰면 된다고 했는데 동물 약국에 들러 물어보니 항생제가 들어간 동물용 안약은 없고 그마저도 반려견용으로 개발된 제품이라 '식용동물에는 사용 금지'라는 주의사항이 있었다. 왜 그런지 물어봤다. 약사님은 다른 동물에 실험한 데이터가 없어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일 거라고 하셨다. 그래도 그냥 살까 하다가, 혹시라도 새벽이 눈에 부작용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되어 그냥 약국을 나왔다.
비질에 가서 만났던 돼지들이 떠올랐다. 눈이 충혈되거나 염증이 생긴 돼지들이 많았고 심한 경우엔 염증이 너무 커서 앞을 볼 수 없는 상태인 돼지도 있었다. 6개월만 살려뒀다가 도살할 돼지의 눈 건강 따위를 보살필 필요가 없으니 소, 돼지, 닭과 같은 '식용 동물'을 위한 의약품이 발달하지 않은 것일까. 대신 취약한 면역력을 보완하고 빨리 살찌게 할 목적으로 항생제 주사를 다량 투여한다는 사실은 익히 들었다. 사람에겐 안약 구하기가 아무 일도 아닌데, 새벽이생추어리에서는 '일'이다. 봄여름으로 새벽이를 괴롭히는 진드기, 먹파리, 등에 등 흡혈곤충 때문에 고심이 많았다. '곤충도 동물인데, 죽여야 하나?' 하는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당장 새벽이 몸에 너무나 많은 진드기가 붙어 피를 빨아먹어서 새벽이가 괴로워하는 걸 방치할 수는 없었다. 일일이 손으로 잡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진드기는 등, 옆구리, 배, 다리, 귀와 눈가 할 것 없이 온몸 구석구석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새벽이를 잘 아는 이웃분께서 쓰라고 권유하신 살충제가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동물들에게 그 약을 뿌린다고 했다. 인터넷에 조사해보니 '애완동물에 사용금지'라고 주의사항이 나와있었고, 아마도 가정에서 익히 사용하는 에x킬라와 비슷한 용도의 살충제인 것 같았다. 반려동물에게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먹어서 사망했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약품을 새벽이에게 쓸 수 없었다. 반려동물용 외부 구충제를 구하기로 했다. 몸무게 키로수에 따라 소형견, 중형견, 대형견용으로 나눠져 있는 외부 구충제를 새벽이 몸무게에 얼추 맞춰 구입하려니 14만원이 들었다. 그마저도 몸무게 키로수를 완전히 채운 것이 아니었다. 만약 그 이웃분이 추천해준 약을 구매했다면 1/3 혹은 1/4 정도의 비용만 내고 여름 내 버텼을 것이다. 그러나 돈을 아끼자고 새벽이가 먹어서 치명적일 수도 있는 약을 쓸 수는 없었다. 더 큰 위험과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올여름 들어 2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하고 새벽이와 잔디 몸에 외부 구충제를 발랐다. 아직 이것이 최선책인지 확신은 없다. 다만 지금 당장 생각하기에 최선으로 보이는 것을 실행할 뿐이다. 새벽이와 잔디의 남은 평생 이것(턱없이 높은 약값-재정적 어려움, 누군가를 희생해야 하는 처리방식)을 감당하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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