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에 졸업했던 새생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돌봄 일정표를 거슬러보니 마지막으로 생추어리 갔던 게 3월 14일이다. 새벽, 잔디에게 "마지막 아침밥이야." 하고 느끼하게 인사했던 기억이 난다.
반 년 만에 생추어리로 향하는 길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새생이들은 졸업하고도 틈틈이 만났지만 새벽, 잔디는 아니었다. 새벽, 잔디가 나를 기억할까? 잔디가 생추어리 입주할 즈음 졸업했던 터라 잔디와는 유대관계가 없었다. 그래도 새벽이랑은 지지고 볶았던 열 달이 있기에 조금 기대되었다.
생추어리 가까이에 오니 저 멀리 새벽이가 보였다. 반 년 전처럼 안방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반가워서 눈물이 왈칵했다.
막상 가까이 가니 눈물이 쏙 들어갔다. 커다란 몸집에 덜컥 겁이 났다. 컹컹컹 소리 내는 새벽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새벽이가 코를 가까이 댔다. 물려는 건지 냄새 맡으려는 건지 모르니 무서웠다. 얼른 손을 빼고 그냥 눈만 맞췄다. 조심스럽게 집에 들어가 똥 치우고 산책 시켜주고 밥을 챙기면서 내 냄새가 묻겠지 싶었다.
새벽이가 산책하는 동안 잔디를 많이 쓰다듬었다. 눈높이를 맞추느라 쭈그려 앉아있으면 잔디는 내 허벅지 바깥쪽에 몸을 찰싹 붙였다. '둘 다 잘 지내고 있었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야.' 새벽이답게, 잔디답게 지내줘서 고마웠다.
그다음 주, 다다음 주에도 새벽, 잔디를 쭉 만났다. 하루는 새벽이 안방에 지푸라기를 넣어주려고 들어갔는데, 새벽이가 지푸라기를 뺏어가는 줄 알고 나를 밀었다. '아참! 너한테 되게 소중한 거였지.' 무릎에 퍼렇게 멍이 들면서 새벽이와 천천히 가까워졌다.
요즘은 새벽이가 밥을 다 먹고 편안한 상태로 있을 때 다가간다. 안방에선 배를 쓰다듬어주면서, 산책할 땐 같이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생추어리 밖에서 겪었던 일을 푸념하듯 주절주절 말하면 새벽이는 컹컹컹 말한다.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남들에게 나는 동물권에 관심 없고 그저 새생이들이 좋아서 활동하는 거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생추어리에 있다 보면 개념이나 이론 없이도 동물권을 알 수 있다. 새벽이와 잔디가 나처럼 아픈 거 싫고, 무서운 거 싫고, 배고프면 밥 먹고 싶고, 뽀송한 잠자리를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나와 같은 존재라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