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에 인사드립니다!
작년은 더욱이 한 해가 마무리되는지 모르는 채로,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끝나버렸어요. 그렇게 어떤 것도 마무리되지 않은 채로 어영부영 1월도 정신 없이 보내온 것 같아요. 생각보다 장기화되고 심화되는 혼란 속에서 방향키를 잘 잡고 지치지 말고, 힘을 합쳐 세상을 바꿔야 하겠죠! 이런 상황 속에서도, 모든 삶은- 그리고 (아마 모든 삶이 그렇듯) 취약한 삶에 동반되는 돌봄은 계속됩니다. 삶을 돌보는 일을 계속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 그리고 존경을 표하며 책임을 느낍니다.
새벽이생추어리의 1월은 어땠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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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말, 새벽이생추어리는 그믐달로 이사를 왔어요. 그새 새벽과 잔디, 그리고 새벽이생추어리가 새 땅에 터를 잡은지 1년이 지난 것이에요! 새생이는 점점 늘어가는 호박 조각 실력을 발휘하여 그믐달 1년 축하를 위한 특별식을 준비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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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1년을, 새벽과 잔디는 어떻게 기억할까요?
새로운 땅에서 한 해를 무사히 보낸 새벽과 잔디에게 감사와 축하의 의미를 전했답니다. 앞으로도 이 땅에서 이 땅과 인간/비인간 이웃들과 관계를 잘 맺으며 지내고 싶어요. 오래 전부터 여러 새생들이 고심하고 노동하고, 보듬이/매생이의 지지를 받으며 준비해온 터전인 만큼, 오랫동안 이 터전에 머무를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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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잔디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면, 또 안전의 위협이 없다면 그들의 똥은 문제가 아니었을 거예요. 오히려 대변은 숲의 작은 변화이자 자원이 되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들이 울타리 속 제한된 공간에 갇혀 있고, 대변이 한정된 땅에 계속 축적되면 땅이 썩을 수 있기 때문에 거주동물의 배설물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생추어리에서는 중요하게 고민되는 문제입니다.
고민과 배움 끝에, 새벽이생추어리에서는 순환터를 만들었어요! 순환터는 새벽과 잔디, 그리고 새생이의 똥을 모아 왕겨, 지푸라기, 나뭇가지 등을 섞어 발효시키는 퇴비간입니다. 이곳에서 발효된 우리의 똥은 봄이 오면 다시 누군가의 양분이 될 것입니다. 똥의 본격적인 순환, 봄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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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워지고, 눈이 많이 오고 또 그 눈이 얼면 매일의 돌봄은 투쟁이 됩니다. 매일의 돌봄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눈길에 차를 타고 산 속을 올라간다는 것은 불안하고 위험한 일일뿐 아니라 실제로 가능하지 않은 날들이 있습니다. 현재 생추어리는 차를 타고 꽤 산길을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기 때문에, 그런 날이면... 등산을 시작합니다.
“하루에 2번 산을 걸어서 오르내리는 게 발, 다리가 좀 아프긴 했어요.”
- 2025. 1. 10 돌봄일지
눈덮인 그믐달은 산의 다른 선주민들의 자취를 남겨 그들의 존재를 다시 인지하게 하기도 합니다.
“차가 가긴 무리여서 걸어 올라갔다 내려왔어요. 여러 발자국들을 보며 산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이 의식되었어요.”
- 2025. 1. 9 돌봄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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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동물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거나 익숙했던 모습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잔디가 얼은 진흙목욕탕 위를 걸으려다가 얼음이 깨져서 놀랐어요”
- 2025. 1. 11 돌봄일지
“저녁에 잔디가 일어나서 이불을 치우고 다시 잠자리를 정리했어요.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인간의 가사 노동, 재생산 노동 같다고 느껴졌고 동물의 노동에 대해서 궁금해졌어요. 앞으로 마른 풀을 방에 넣어주기보다 마당 안에서 마른 풀이 있는 곳을 지정해서 스스로 가져오게 하는 건 어떨까 싶었고 언젠간 스스로 마른 풀을 찾아 수확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2025. 1. 20 돌봄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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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추어리에 걸어서 오르내리는 것의 문제는 수도가 없는 그믐달 땅으로 거주동물이 마실 물을 나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물통을 그믐달에 두면 쉽게 얼어버립니다. 그렇다고 물통을 이고 지고 등산하는 것은 너무 힘이 드는 일입니다. 방법을 찾다가, 생추어리 땅에서 얻을 수 있는 샘물이나 눈을 끓여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난로불을 피우기 위해서 대나무에서 잎과 가지를 채취하고, 샘물을 끓여 사용하는 등, 본의 아니게 점점 산 속 생존 기술이 늘어나고 있는 새생이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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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 담담하고 꾸준히 적응해가는, 현장을 지키는 새생이들이 존경스럽습니다(이 글을 쓰는 저는 현장과 거리를 두고 일합니다). 이런 과정은 도시에서 살던 새생이들이 잊고 살았던 인간-’동물’로서의 삶의 방식을 되찾아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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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서도 웃음을 찾아보는 새생이 - 올겨울 그믐달을 지키는 눈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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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가 새벽이답게, 잔디가 잔디답게
살아가는 생추어리의 일상과
새생이들의 진심을 가득 담은 이야기들을
모아 다음 달에도 돌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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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생추어리 dawnsanctuary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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