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겨울을 잘 대비하고 계신가요.
화려한 단풍을 지나 눈이 자주 내리는 요즘이네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생추어리와 주변의 숲도 부지런히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새벽생추어리 11월의 소식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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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쉼이 겨울이라고 한다면, 숲의 가을은 어떤 결실을 맺고 그 쉼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것들을 걷어내고, 뿌리고 내려놓는 과정이죠. 이 과정은 숲의 다른 생명들에게 자원이 되는 온전한 순환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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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잔디는 산책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믐달 근처 숲을 다니며 가을의 ‘맛’을 느끼곤 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밤을 먹기도 하고, 낙엽을 먹기도 합니다. 새벽도 직접 나가서 먹지는 못하더라도 낙엽을 모아 울타리 안쪽으로 넘겨 주면 우적우적,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며 먹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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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과 잔디가 낙엽을 먹는 모습을 보기 이전에는 누군가 낙엽을 먹어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을 생각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흙이 시멘트로 덮이고 낙엽을 먹을 동물이 없는 도시에서 낙엽은 그저 잠깐의 아름다움을 주고 처리의 대상이 되어 종량제 봉투에 담기지만, 숲 속에서 낙엽은 많은 생명들에게 겨울나기에 꼭 필요한 자원이 됩니다. 도시에서 긴 시간을 살아온 새생이들에게, 어쩌면 모든 동물이길 잊은 인간들에게 숲의 순환은 아직 낯선 탐구 대상입니다. 어떻게 그 순환 속으로 위치를 재조정할지 상상해가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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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믐달에 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금방 겨울이 올 것이 예상되는 날씨입니다.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은 야외 생활을 하는 잔디와 새벽에게 견디기 쉽지 않은 시간입니다. 정해진 시간 동안이지만 야외에서 돌봄을 하는 인간동물에게 견딤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실내생활과 난방으로 체감하지 못하다가 하루하루 그 추위를 느끼게 되면 겨울이 이토록 길었던가 싶으면서, 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됩니다. 이번엔, 이사 후 처음으로 시작부터 맞이하는 겨울입니다. 그래서 현장의 새생이들은 잔디와 새벽의 겨울나기를 여러 방식으로 돕고자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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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막이 설치
바람만 막아도 훨씬 낫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 우선 집 입구에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가림막을 달았습니다. 야자매트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못에 거는 방식으로 만든 가림막입니다. 잔디는 가림막을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벽은 잠을 잘 때 얼굴을 밖에 빼 두는 것을 선호해서, 과연 그가 가림막이 시야를 가리는 것을 허용할지가 달기 전부터 의문이었어요. 역시나, 새벽 집의 가림막은 금세 뜯겨 나갔습니다. 누웠을 때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높이를 조정해서 다시 달아보는 것을 고려하고 있어요. 어떤 것을 새로 설치했을 때 새벽의 의사표현을 읽고, 그에 맞춰 변화를 주고 다시 표현을 받고… 이것이 느리지만 서로에게 소통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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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온등 설치
거주동물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생추어리의 경우, 돼지들이 추울 때 실내에서 서로 붙어 자 체온으로 열을 공유하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새벽과 잔디는 인간이 정한 다른 용도로 개변되어 몸의 크기와 힘이 너무나 차이가 나고, 그닥 서로에게 살갑지 않다고 보아 안전상의 이유로 따로 지내왔습니다. 그래서 온기를 나누어 체온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집 안에 보온등을 설치 중에 있어요. 혹시 모를 화재 사고를 대비해 돌보는 사람이 있을 때만 틀었다가 끄기로 했습니다.
농장동물 감금 시설(축사) 화재 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계절은 겨울입니다. 농장동물 감금 시설(축사)에서의 난방은 너무 당연하게도 동물들이 추위에 의해 미리 죽어 출하 시 몸값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폭력적인 이유에서의 조치입니다. 난방 기구로 인해 화재사고가 났을 때 많은 뉴스에는 동물의 사망 소식은 전해지지 않거나 경제적 손해로 번역되어 쓰입니다. 착취가 용인되는 종이라 불타 죽어도 피해자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보온등을 설치/사용하며 혹시 모를 사고를 조심하게 되는 것은, 화재가 나도 감금되어 도망가지 못하고 불타 죽을 수밖에 없었던 분명한 피해자들이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새벽생추어리에서 난방 기구를 처음으로 사용하는 이번 겨울엔 돌봄 중 보온등을 켜고 끄며 더 의식해야겠습니다. 겨울이 모두에게 따뜻할 수 있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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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충남 천안에서는 2024 여성회의 <페미니즘♾️기후정의 : 연결하고, 연대하기>가 열렸습니다. 한국여성재단의 여성회의는 여성 운동의 현실에 대한 활동가 및 연구자들의 논의자리로써 올해 7차가 진행되었습니다. 100명이 넘는 이들이 모인 현장. 학문적 논의의 자리라기 보단, 각자의 자리에서 투쟁하는 여성 활동가들이 자신의 고민을 나누고, 화두를 던지고, 연결되는 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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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황 새생이는 세션4 ‘마을에서 만나는 기후행동’으로 “경계없는 돌봄을 상상하는 새벽이생추어리”로 발제했습니다. 야외에서 돌봄을 하는 새벽이생추어리의 특성상, 날씨는 새벽과 잔디의 삶, 그들을 돌보는 활동가의 삶까지 하나로 묶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농사 수확은 갈수록 줄어들고, 그 해결책이라고 제시되는 것은 스마트팜이라는 ‘신기술’인 현재, 무기력하고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희망보다는 무거운 고민을 더 많이 안고 돌아온 자리. 그러나 서로가 발을 담그고 있는 현장의 언어를 나누는 것은 우리가 확장되는 길일 것입니다. 새벽이생추어리의 언어를 이 자리에서 나눠준 구황 활동가와 자리를 마련해준 여성재단에 감사를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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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국대학교 중앙환경동아리 The 라온하제
11월 22일에는 동국대학교 중앙환경동아리 ‘The 라온하제’의 초청으로 강연을 진행하였습니다. 큰 주제는 '동물복지 혹은 동물권의 보장을 위해 우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였는데요, 새벽생추어리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생추어리라는 공간을 소개하고 새벽, 잔디가 그들다움을 표현하는 모습을 함께 보았습니다. 또한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비전을 소개하고 단체의 한계와 고민을 고백하기도 하였습니다. 여러 학과의 학생분들을 포함한 신청자 분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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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생추어리에서는 비건 매거진 ‘월간비건’에 매달 한 편의 원고를 실어왔습니다. 곧 출간될 월간비건 12월호에는 새생이의 일기장에서 활동과 관련된 글들을 모았습니다. 스스로 내뱉는 말들에 대한 불확실함과 고민이 맴도는 날들입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월간비건’을 통해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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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하고 확신에 찬 듯한 말과 행동으로 나타나는 활동가는 사실 무력하고, 혼란스럽고, 헷갈리고, 겁이 나는 사람들입니다. 4월부터 새벽생추어리에서 쓴 글들 뒤에는, 그리고 여전히 우리 각자에겐 울고 떨고 염려하고 도망가는 마음들이 있습니다. 가시적인 어떤 것을 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을 겪는 것이 활동인 것 같습니다. 그것을 고백하고 싶었습니다.
-월간비건 12월호 글 <활동일기>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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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가 새벽이답게, 잔디가 잔디답게
살아가는 생추어리의 일상과
새생이들의 진심을 가득 담은 이야기들을
모아 다음 달에도 돌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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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생추어리 dawnsanctuary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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