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선선해진 날씨를 맞아 돌아온 새벽이생추어리 레터입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길었어요. 더위가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처서를 훌쩍 지나고 나서야 더위가 이제야 좀 사그러든 듯 합니다. 지난 9월의 생추어리 이야기를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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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와 산양은 나무나 바위에 몸을 긁어 가려움을 해소하고, 송곳니와 뿔을 다듬습니다. 아마 이 외에도 많은 존재들이 울퉁불퉁한 무엇에 몸을 긁겠죠. 저도 울퉁불퉁한 손톱으로 몸을 긁습니다. 아무리 매끄럽게 닦아내더라도 모든 동물의 삶에 울퉁불퉁한 무언가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 상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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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과 잔디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새벽은 둥근 터널이 생긴 이후로 터널 안에서 앞 뒤로 움직이며 몸을 긁으려고 했어요. 또한 조금씩 집 입구를 맛보듯이 씹었는데요, 처음에 새생이들은 나무를 먹고 싶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먹는다고 생각했지만, 지켜보니 그렇게 씹어서 울퉁불퉁해진 나무 집 모서리에 얼굴, 목, 허리를 긁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엄청난 힘을 가진 새벽이 몸을 나무 집에 비비니 집이 흔들렸어요. 정성껏 지은 집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으면서 새벽이 시원하게 몸을 긁을 수 있는 몸 긁개를 새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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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긁개 만들기
- 새벽의 긁개가 될 만한 길고 튼튼한 통나무를 찾아 낑낑대며 옮긴다.
- 통나무에 있는 잔가지들을 톱으로 잘라내 몸을 비비기 쉬운 형태로 만든다.
- 곡괭이와 삽으로 땅을 30cm 이상 파고 세운 후, 흙을 덮는다.
- 새벽의 긁는 힘을 감당할 수 있도록 주위에 큰 바위를 쌓아 받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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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의 긁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봤어요.
잔디의 긁개 만들기
- 짧은 통나무를 구한다.
- 드릴을 사용해서 솔을 통나무 둘레에 붙인다.
- 세워/눕혀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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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긁개를 완성하자마자 새 긁개로 몸을 긁었어요. 잔디는 직접 사용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솔에 왕겨가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사용했다고 짐작하고 있어요. 사소해 보이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몸을 긁는 행위를 참지 않고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려움을 해소할 권리!
(후일담: 새벽은 긁개로 몸을 긁는 데에 그치지 않고 맛보기도 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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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 땅에는 물이 흐르는 수로가 있어요. 깊이가 한 40cm는 될 것 같은 수로인데, 물이 나오는 곳으로 가려면 수로 속을 걸어가거나 수로의 가를 따라 균형을 잡으며 가야해요. 그러다보니 돌봄을 하던 보듬이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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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듬이들의 안전을 위해 구조물 설치를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생강 새생이와 숙갓 보듬이는 수로 덮개 겸 발판으로 만들 자재를 구입해서 며칠 저녁에 걸쳐 덮개를 만들어 깔았어요. 보듬이들의 발목 걱정을 덜게 되어 다행입니다. 하지만 당연스럽게도 수로 덮개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동물뿐이 아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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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에 깔린 데크로 많은 곤충들이 이동하는 것을 보았어요. 기존 수로때문에 곤충들의 이동이 막혔거나 우회해야했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고, 데크 작업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9월16일 보듬일지, 숙갓 보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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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생이님께는 알고 계셨을까요? 새벽의 공식 이름은 오랫동안 ‘새벽이’여 왔습니다. 만나는 인간동물 각자의 생각에 따라 ‘새벽이’와 ‘새벽’을 섞어서 사용하기도 했지만, 글이나 공개 석상에서는 ‘새벽이’라는 공식 이름을 사용해왔어요. 이제 새벽이의 공식 이름에서 ‘이’자를 떼고자 합니다! 이제 ‘새벽이’가 아닌 ‘새벽’으로 불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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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생추어리의 가치에 공감하는 분이라면 이유가 짐작이 가실 것 같아요. ‘-이’를 붙이면 좀 더 친근하고 귀여운, 다가가기 쉬운 존재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벽이생추어리는 거주동물을 포함한 모든 동물을 마냥 귀엽고 친근한 존재로 여기를 것을 경계합니다. 이는 일종의 ‘대상화’이며, 이미 동물 대상화가 만연하기 때문이에요. ‘-이’를 뗀다고 하더라도 처음 새벽을 공개구조한 활동가들이 지어준 이름의 의미(동물해방의 새벽)는 변하지 않기에 더 명확하고 동등한 이름을 사용해보고자 합니다. 새벽, 새벽, 새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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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부터 보금자리, 즉 생추어리를 운영하는 단체들(새벽이생추어리, 동물해방물결, 동물권행동 카라, 곰보금자리 프로젝트)은 서로를 만나 모임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각자도생으로 생추어리 투쟁을 하다보니 함께 고민을 나누고 논의하고.. 또 어려움을 토로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보금자리/생추어리’는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까?’의 질문에 대해 각 단체의 생각을 나누고 합의점을 찾아 <보금자리(Sanctuary) 선언문>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보금자리 선언문은 10월 4일 동물의 날을 맞아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생추어리 운영 단체들이 협력하여 준비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직접 오시기 어려우시더라도 행사 이후 선언문이 SNS를 통해 공개되니 살펴봐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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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후일담(서울환경연합) w/ 새벽이생추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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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구와 다른 거주자들을 지배하고 식민지화하지 않았다면 인간은 이 정도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었을까요? 인간의 개발과 발전에 비해 다른 존재의 삶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은 결과, 우리는 모두를 기후위기 속에 빠뜨렸습니다. 비인간동물들을 포함한, ‘고려되지 않는’ 존재들은 그 피해 또한 고스란히 맞고 있습니다.
10월 15일 화요일 오후 7시~8시 30분, 서울환경연합 <기;후일담-기후위기와 동물권>세미나에서 기후위기 속에서의 동물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요. 새벽이생추어리가 함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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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점이 좋았고 아쉬웠는지 다양한 이야기를 보내주시면,
더 나은 뉴스레터를 만드는 데 활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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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가 새벽이답게, 잔디가 잔디답게
살아가는 생추어리의 일상과
새생이들의 진심을 가득 담은 이야기들을
모아 다음 달에도 돌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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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생추어리 dawnsanctuary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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