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더위와 장마 속에서 안전한 날들을 보내고 계신지 감히 안부를 묻기가 어렵습니다. 이번 달 폭염과 폭우로부터 피할 수 없었던 동물들이 죽음을 맞았다는 소식을 많이 들었습니다. 에어컨이 틀어진 도서관에서 안전하게 이 글을 쓰는 지금이 부끄럽습니다. 🙏 부정하거나 축소하고 싶지 않은 이 수치심을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면서, 이번 7월 새벽이생추어리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소개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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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 땅에서 1박 2일 ‘퍼머컬쳐 학교’가 진행되었어요. 활동가들이 퍼머컬쳐를 실제로 배우고 새벽이와 잔디의 땅에 퍼머컬쳐를 적용하여 생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였지요. 퍼머컬쳐 학교에서 지도해주신 소란님과 함께 준비하며 계획하고 바라왔던 것처럼, 이틀의 시간을 통해 새벽이와 잔디의 생활 환경이 훨씬 다채로워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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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와 잔디의 마당에는 언덕, 자라는 풀과 나무가 생겼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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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새벽의 마당에는 특이한 구조물이 들어왔는데요, 새벽이가 쏙 들어갈 수 있을만큼 거대한 튜브를 여러 명이 함께 옮겨 주변에 흙을 쌓았어요. 새벽이가 들어갈 수도 있고, 간지러운 곳을 긁을 수도 있고, 원한다면 오를 수도 있어요. 어떻게 활용할지는 그의 선택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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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머컬쳐 학교를 통해 배운 것들을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적용하며 환경 개선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여러 종의 동물들이 찾아오는 횟수가 늘고 있는 것을 보며 그믐달 땅이 동물이 자리잡기 좋은, 생명력 있는 땅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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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은 새벽이의 다섯 번째 생일이었어요. 자연 상태에서 15년~20년을 산다는 돼지의 나이에 인간의 나이를 빗대어 생각해보면 새벽은 이제 삶에서 청년 정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기가 되기 위한 6개월의 10배를 살아낸 새벽이. 새벽이는 어떤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돼지에 대한 종차별이 없는 세상이었다면 어떤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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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의 5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보듬이와 새생이들은 수박과 미강 빙수를 준비했어요. 새벽이는 통수박을 너무나 사뿐히(!!) 부수어 맛있게 먹었어요. 구글폼으로 적어주신 편지도 함께 읽었습니다. 청년 새벽이의 삶이 계속해서 넓어질 수 있기를, 삶을 수탈 당하다 죽임 당하는 많은 어린 동물들이 5살을 맞이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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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와 잔디의 똥이 놓여 있던 곳에 지난 5월부터 자연히 피어난 호박잎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점점 자라던 호박은 쑥쑥 크면서 새벽이 울타리 안쪽으로 넘어 들어왔고, 호박은 그 자리에서 열매를 맺더니, 점점 크기를 키워 갔어요. 풍선처럼 부풀던 호박이 동그랗게 익은 어느 날, 돌봄을 하고 있던 새생이는 20분 전 분명히 있었던 호박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새벽이가 넝쿨에서 호박을 따 먹은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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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를 둘러싸고 있거나 마당에 있는 풀잎들은 스스로 골라 먹지만, 자연스럽게 맺힌 열매를 직접 따 먹은 적은 처음이었을 것입니다. 인간이 열매를 키워서, 따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란 열매를 생추어리 거주민이 자신이 원하는 시기를 선택하여 먹는 것. 비록 하나의 호박뿐이었지만, 새생이에게는 생추어리 거주민의 자율성에 대한 상상이 현실이 되는 반가움이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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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생추어리는 7월 10일, 당진시청에서 열린 스마트 축산단지 반대 기자회견에 연대하려 다녀왔습니다. 스마트 기술을 사용해 고도화된 원스톱 축산단지를 만들겠다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충청남도. 새벽이생추어리는 이에 반대합니다. 혜리 새생이의 연대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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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생후 2주 차인 아기 돼지가 활동가들에 의해 구조되었습니다. 그 돼지의 이름은 새벽이입니다. 구조되던 당시의 영상에는 수천 개의 조롱 댓글이 달렸습니다. 하지만 새벽이는 종차별적인 사회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 현재의 새벽이생추어리가 존재하게 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습니다. 매해 여름은 숨쉬기 어렵게 뜨거워졌고, 구제역과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독감, 럼피스킨이라는 병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동물이 땅에 묻혔습니다. 돼지, 닭, 소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개 식용 종식이라는 말 뒤에 따라오는, 대체제가 되었을 뿐입니다.
5년 동안 달라진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병에 걸린 동물을 땅에 묻는 속도였습니다. 계속되는 발병으로 지자체는 이제 발빠르게 동물을 땅에 묻습니다. 천 명이 넘는 동물을 죽이는 데에 하루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묻힌 땅에는 그 숫자보다 많은 구더기가 생겼습니다. 동물을 대규모로 땅에 묻는 일이 흔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제 한국 땅 곳곳에서는 스마트라는 이름으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적극적인 착취와 학살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수많은 피해자를 가두고 더 부지런히 상품화 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회는 동물 도살 앞에서 단 한 번도 당당했던 적이 없습니다. 도살장은 완벽하게 가려져 있습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절대 외부에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 새로운 스마트 축산은 무엇이 다릅니까? 그 안에서 마취 없이 자행하는 일을 공개할 수 있습니까? 축사 환경과 도살 과정을 보여줄 수 있습니까? 살처분 현장을 실시간으로 공개할 수 있습니까? 축산업이 씌운 거대한 장막을 거둘 자신이 있습니까?
새벽이생추어리는 요구합니다. 축산업이 비인간에게 자행하고 있는 것들을 공개하기를, 그것을 멈추기를, 그들의 생득권을 돌려주기를, 이 산업을 미화하고 은폐하는 것을 멈추기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늘 가까이 쌓아 올리는 도살장이 아닌 깨끗한 땅과 물, 그 위에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임을 기억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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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생추어리가 서울의 한 중학교의 초대를 받아 생태환경동아리 학생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했어요.
아마 생추어리라는 공간에 대해 처음 알게 된 분도 계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핵심 활동은 새벽이생추어리의 거주동물에 대해서 알고, 그들의 특성에 맞는 생추어리를 상상해 그려보는 활동이었습니다. 잠시나마 비인간동물의 고유한 개별성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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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새벽이생추어리는 국내의 생추어리를 운영하는 동물해방물결, 동물권행동 카라, 곰보금자리 활동가들과 함께 꾸준히 느슨한 논의를 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8~29일에는 인제 달뜨는보금자리에서 논의를 이어나갔는데요, 이때 우리는 단어의 인간중심적인 폭력을 숨기지 않기 위해 두 언어를 다른 단어로 바꾸어 사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첫 번째 단어는 ‘안락사’입니다. 인간의 죽음에 대해 말할 때 존엄을 지키기 위한 안락한 죽음이라는 맥락으로 사용되는 ‘안락사’는 비인간동물에게 적용될 때는 동의 여부를 알 수 없고, 인간이 처한 맥락에 의해 죽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험동물 처분을 위한 죽임, 보호소의 여력 부족에 따른 죽임, 동물원의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죽임, 부양의 부담에 따른 죽임 등) 따라서 약물을 투여해 죽이는 행위임을 표현한 ‘약물 죽임’이라는 대체어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단어는 ‘중성화 수술’입니다. 중성화 수술을 거친다고 하여 ‘중성’이 된다는 것은 부정확한 표현입니다. 이 수술의 목적은 ‘불임’이며, 이 또한 인간의 맥락에 따라 동의 여부와 상관 없이 행해지므로 ‘불임 수술’로 대체어를 설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비인간동물에게 행해지는 행동을 일컫는 단어는 그 폭력성을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사실 어떤 단어를 쓰든 정작 비인간동물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을 압니다. 하지만 종평등한, 폭력성을 숨기지 않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간동물-비인간동물의 위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되고, 결국 언어의 전환은 동물을 대하는 인간 문화의 변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함께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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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점이 좋았고 아쉬웠는지 다양한 이야기를 보내주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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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가 새벽이답게, 잔디가 잔디답게
살아가는 생추어리의 일상과
새생이들의 진심을 가득 담은 이야기들을
모아 다음 달에도 돌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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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생추어리 dawnsanctuary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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